정상을 넘어 선선한 바람을 향해

 

  정상에 도달한 후, 내리막길로 막 들어섰다. 산을 오를 때에는 힘이 들지만, 내려갈 땐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중력에 이끌려 가기에 가속도 붙게 된다. 비교적 짧은 시간이지만 올라갈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지혜롭게 내려와야 한다. 산 밑의 도로에 도달하기 전까지 나는 아직 등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뒤늦게 찾아온 봄날일까, 유례없는 폭염을 기다리는 선선한 나날들 인가.

일희일비 하지 않는 것이 혼란스러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하우다. 담담하게, 동시에 날카로운 지혜를 가지고 앞으로 전진하라. 나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는 이제 마지막 장을 남겨두고 있다.